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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판타지] 남겨진 용사의 이야기 6화
책읽는나무| 조회 52| 추천 7| 05.15 05:47

서장 - 6


“혹시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빈이라고 불러줘”


어느 정도 진정한 엘리스는 그에게 물었다.


엘리스와 빈이라 불러달라는 사내는 왕궁의 밖에 있는 마구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빈, 왜 처음에 칼을 뽑고 나타난 거에요?”


“군인은 최악을 상정하고 움직이라 배웠어. 1 왕자의 세력이 근처에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사신은 뭔데요?”


“내 별명. 길버트 장군님이 한 번도 얘기 안 했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길 아저씨는 개인적인 얘기는 잘 안 해요”


“하…. 처음부터 장군님의 문장과 서명을 보여줄 걸 그랬네”


빈이라는 남자는 한숨을 많이 쉬는 남자였다.


“그래서 저희는 어디로 가나요?”


“일단 수도를 벗어나는 게 최우선이야. 국경으로 가는 길목은 아마 1 왕자의 세력이 다 지키고 있을 확률이 높아. 그렇기에 가장 위험하면서, 안전한 곳으로 가려고”


“가장 위험한 곳이 왜 안전한 곳이 되는 거에요?”


“늑대의 숲. 들어본 적 있어?”


엘리스는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대륙에는 4개의 마경이 존재했다.


늑대의 숲, 돌아올 수 없는 바다, 검은 폭포. 그리고 화염산맥.


들려본 적이 있는 화염산맥 외에는 엘리스의 어린 시절, 밤잠을 설치게 했던 공포들이었다.


“들어가면 살아 돌아오는 사람이 없고 헛소리만 늘어놓게 된다는 곳 아닌가요? 그런 곳을 왜 가요! 안 가면 안 되나요?”


그녀는 살짝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였다. 어린 시절의 공포는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정신 차려 공주.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는데 헛소리만 늘어놓게 된다는 건 누가 알아낸 거야? 공주네 나라에도 마경이 하나 있잖아. 가본 적 없어?”


리오 제국의 동쪽에 화염 산맥이 있다. 그 곳은 불로 덮여 있는 기나긴 산맥이라 여러 소문이 무성한 곳이었으나, 실상은 그저 불의 정령들이 많이 사는 지역일 뿐이었다.


“그…. 그렇네요. 미안해요. 어릴 때 하도 무서운 얘기로만 들어서…”


“이해해. 나도 입대하고 얼마 안 돼서 그곳에 들어가기 전날 밤에 잠을 못 이뤘으니깐”


“가 본 적이 있으세요???”


엘리스는 호기심이 일었다.


“경험이 있으니 가자고 하는 거야 공주. 늑대의 숲은 그냥 늑대가 많고, 1년 내내 눈이 쌓인 신기한 곳이야. 늑대들과 친하게 지내면, 숲은 우리에게 적대적으로 굴지 않아”


“의외네요. 이름을 듣고 늑대가 많다는 생각은 했지만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늑대들이 겁을 주고 사람을 쫓아내서 이야기가 부푼 것 뿐이야. 그나저나 공주, 체력이 제법 좋네?”


아까부터 그들은 계속 움직였다.


빈은 조급한 마음에 제법 빠르게 걸었지만, 공주는 별말 하지 않고 그를 잘 따라오고 있었다.


“평소에 길버트 경한테 단련을 받아서 그런가 봐요”


“우와…. 엄청나게 부럽네. 그거 나중에 내 동료들한테는 얘기하지 마. 카이네 왕국의 모든 기사 지망생의 꿈이야.”


“후후, 꾸준히 졸라서 받은 보람이 있네요”


빈은 굳이 나중을 얘기했다.


그도 엘리스가 살아서 늑대의 숲에 도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그녀를 안심시키고 싶었다. 패닉은 신병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공주,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한 거 같네”


그들의 탈출을 위한 첫 번째 목적지, 마구간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엘리스는 마음을 다잡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


“공주는 여기에 잠시 대기해 줘”


마구간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멈춘 엘리스에게 빈은 작전을 설명했다.


“공주, 내가 나가서 적이 있나 없나 하고 적이 있을 경우, 내가 처리하고 안전해지면 허공에다 오른손을 빙빙 돌릴게. 공주는 그때 나한테 오면 돼. 만약 문제가 생기면, 왼손을 좌우로 흔들 거야. 그 경우에 공주는 주문을 외우고 있다가 나타나는 누군가에게 화염 마법을 써줘”


“적을 처리한다는 건…. 죽인다는 건가요?”


엘리스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빈은 그런 소녀를 바라보며 안심시키듯이 미소 지으며 말하였다.


“공주. 나도 같은 나라의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아. 1 왕자는 아마 군의 인물들을 쓰겠지. 나도 내 동료가 될 사람들을 해치고 싶지 않으니깐, 최대한 목숨을 뺐을 일은 없도록 할 거야”


“네, 알았어요. 저도 가능한 한 다치지 않는 마법을 쓰도록 할게요”


공주의 말을 들은 직후, 빈의 형체는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허공으로 사라졌다.


엘리스는 한순간 놀랐지만, 이내 다시 집중하여 마구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


빈센트는 전쟁고아다. 어릴 적 자신의 이름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족에게 부모가 죽고, 공포에 떨며 숨어있다가,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주변의 환경에 완전히 동화되어 숨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는 이걸 ‘투명화’라고 불렀다.


능력을 깨우친 뒤, 그의 꿈은 항상 마족을 죽이는 것이었다. 적어도 길버트와 샬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길버트는 빈센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재능을 살릴 기술을 가르쳐 준 스승이 되었고, 샬케는 그에게 이름과 직위를 주었다.


그런 두 명이 관심을 가지며 이야기하는 소녀가 하나 있었다.


과거 3 제국의 정점에 있었던 리오 제국의 3녀.


어린 나이에 타국에 넘어와 멸시를 받으면서도, 그런 타국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소녀.


이제 처음 만났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때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어떤 때는 뛰어난 이지를 보여준 소녀.


그녀를 떠올리면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리다. 아직은 순수하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약간의 거짓말은 괜찮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자신의 동료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싫다.


누가 살인을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만약 그의 적이 동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알아서 살아 남아야할 것이다.


그 정도의 실력도 없으면 곤란하다.


살인은 좋아하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이라면, 굳이 필요하다면.


그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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