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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판타지] 남겨진 용사의 이야기 7화
책읽는나무| 조회 93| 추천 12| 05.15 06:43

서장 - 7


왕궁에서 바로 수도를 빠져나가는 길을 잇는 곳에 한 마구간이 있다.


그 마구간은 군의 전령을 위해서만 쓰이는 길이기에 한창 축제와 연회가 진행 중인 왕국과는 달리 유난히 조용한 곳이었다.


그 마구간을 지켜보는 두 명의 병사가 있었다.


“우리가 아무리 짬이 낮지만, 그래도 연회 날에 무슨 전령이 온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냐?”


“그러게 말입니다. 2 왕자 저하도 왕궁에 들어오셨으니, 군의 전령도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 안 움직일 테지 말입니다”


“그 어지간한 일을 경계하시나 보다… 어휴… 담배 있냐 혹시?”


“예, 들고 왔습니다. 하나 드립니까?”


“그래.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이내 한 병사가 담배를 입에 물고는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한 사내가 더 있었다.


***


자리를 비운 병사는 입에 불이 붙은 담배를 문 채로 그대로 자리에 돌아왔지만, 그의 후임은 보이지 않았다.


“얌마! 이 새끼, 어디 갔어?”


잠시 자신의 후임을 찾던 그는 이내 화장실이라도 갔다 생각하고, 후임이 돌아오면 한 마디 해주리라 다짐하고 다시 마구간을 쳐다보았다.


깊게 숨을 들이켜 담배 한 모금을 빨려던 차, 갑자기 그의 담배가 입에서 빠져나와 허공에 떴다.


“...어?”


“쉬…. 조용히. 내가 담배 연기를 싫어해서, 잠시 빼고 얘기하자고”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병사는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칼을 뽑으려 했지만, 목에 닿는 날카로운 예기는 그를 얼어붙게 했다.


“훈련 상태 양호. 마음에 들어. 비상시의 행동강령은?”


“지… 지원 요청이 가능한 상황인지 확인하고, 지원이 불가할 시 적에게 투항하여 상황을 엿본다. 마족의 경우 죽음을 불사하고 항전한다”


“내가 마족일까?”


“아… 아닌 거 같습니다”


빈은 기분 좋게 웃었다.


“왜 나에게 존대를 하는 거지? 내가 뭐라 생각하는 거야?”


“경비 상태를 점검하러 온 감시관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흐음….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티가 나나 보네. 근데 경비 중에 흡연할 수 있던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잡겠습니다”


“정신 군기는 불량… 자네가 바로 칼을 뽑으려 하지 않았다면 자네의 이름을 듣고 갔을 거야”


“감사합니다”


병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불시에 검사를 하러 오는 감시관들의 존재는 항상 무서운 존재였다.


월급의 감봉은 괜찮으나, 진급이 막히면 그는 병사로 지낼 수 없다.


평민인 그가 이런 평화로운 시기에 왕궁의 경비병으로 지내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었고, 그는 이 직업을 잃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자네의 잘못을 하나 덮어줬으니, 자네도 내 잘못을 하나 덮어줬으면 좋겠어.”


허공에서 목소리만 들리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병사는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역시 기사단의 사람이다. 마법을 사용했어.’


“어떤 부탁이십니까?”


“내가 사실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데 말이야, 연회에 놀러 왔다가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나버려서 돌아갈 때는 손님이 하나 늘어버렸어.”


병사는 재빠르게 상황을 이해했다.


근무지를 이탈하고 연회에 참석, 여자를 낚아서 근무지로 복귀 중인 기사가 굳이 마구간에 찾아왔다.


그리 큰 잘못을 범하는 것도 아닌 데다가, 기사에게 빚을 얹을 기회다


“올 떄는 홀몸이셨습니까?”


“홀몸이었지”


“아가씨께서는 많이 취하셨고요?”


“걷지 못하실 정도는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업어가야 할 기세야. 하하하”


기사는 절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직접 얘기하지 않았고, 병사 또한 기사가 원하는 바를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자고로 군대는 짬이 찰수록, 책임을 회피하는 화법을 하게 되기 마련인 것이다.


“안 그래도 내일 아침 퇴역할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네 발 달린 친구인가?”


“예. 심지어 잘 달리는 친구입니다”


“나도 오늘부터 그와 친구가 되고 싶은 기분인데, 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귄 걸 비밀로 해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병사는 아부가 섞인 미소와 함께 말을 빈에게 소개해 주었다.


빈은 그를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그의 손에 빛나는 금화를 두 개 쥐여줬다.


“이건 다른 건 아니고, 연회 날에도 참석도 못 하고 여기서 고생하는 자네를 위한 보상이야.”


그 순간, 비굴하던 병사의 표정이 군인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런 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 거참, 무안하게. 나 두 번 권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받아주게”


다시 금화를 건네주려던 병사는 그런데도 손사래 치며 거절하였다.


“아닙니다. 제가 그래도 군의 밥을 먹고 사는데 이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 그냥 가 주십시오”


빈센트의 얼굴에서 이내 미소가 사라졌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 금화 두 개가 너를 살린 거야. 다시 만날 때는 근무 태도도 좋았으면 좋겠어.”


“잘못 들었습니다…?”


병사의 대답을 무시하고, 빈센트는 오른손을 들어 빙빙 돌렸다.


잠시 후, 엘리스가 그에게 걸어와 말을 걸었다.


“괜찮은 거에요?”


“괜찮아. 말은 탄 적 없겠지? 미안하지만 같이 타자”


병사가 생각한 숙녀와는 많이 다른, 소녀에 가까운 여성을 보고 그는 이내 생각을 고쳤다.


소녀는 어려도 너무 어렸고, 아무리 봐도 취하지 않았다. 술을 알 나이의 여성은 아니었다.


‘시험해본 거구나. 처음부터 말을 징집해갈 생각이었어’


엘리스를 말 위에 올리고, 그 뒤에 올라탄 빈센트가 병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와 내가 나눈 대화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네는 나를 본 적이 없고, 이 말은 예정대로 퇴역하여 평야로 돌려보냈다. 내 말이 맞나?”


병사는 자세를 바로잡고선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좋아. 혹시나 누군가 여기서 나와 이 소녀를 찾는다면, 모른다고 대답해라. 하지만 네 생명이 위험해지면 대답해도 상관없다”


“예? 아니, 잘못 들었습니다?”


“잘 들은 거야. 고생해라. 네 후임은 짚단 뒤에서 자고있더군”


병사의 말에 대답한 빈은 말의 배를 차고 밖으로 나갔다.


병사는 몰랐을 것이다. 빈센트가 주려 했던 금화 2개가 자신의 저승길 노잣돈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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