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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회의곡식신미츠키 여찬(如燦)
절회의곡식신미츠키| 조회 33| 추천 3| 06.12 02:41

 이미 돌아가신 나의 선배이자, 이전 대장께서 아주 예전, 내가 신입이었던 때 해주신 말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신 여찬의 분노를 사지 말라는 것이었다.  

 신 여찬. 그 이름에 걸맞게 평소에는 온화하고 자비로운 분이시며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고귀하신 존재이시다. 우리같은 미물에게도 빛나는 미소와 함께 영월의 가호와 금성의 축복을 내리시고, 항상 자애로운 마음으로 손수 봉사하시며 우리들의 일손을 거들어 주신다. 그러나 신 여찬께서 진노하신다면 그때는 무조건 살려달라고 빌어야 한다. 그 분의 분노는 설산의 눈을 전부 녹일 정도로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지만 그 분노 속에서도 여찬님께서는  날카로운 날붙이처럼 벼려진 차가운 눈으로 상대를 또렷이 보고 계신다. 

 그런 여찬님의 상징은 빛과 어둠의 혼합, 또는 혼란과 혼돈이다. 때문에 빛과 어둠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시는 가운데 그 두 가지 마법을 섞은 혼합, 복합마법을 사용하신다. 

 혼돈을 상징하시는 분이시면서도 언제나 질서를 강조하시고 우리같은 미물들이 운명의 순리대로 흐르는 것을 원하신다. 또한 가장 큰 혼돈인 마술과 마술적 존재를 증오하시며 마술사 척결에 가장 앞장서시는 분이다. 이렇다보니 신 여찬의 앞에서 혼돈의 존재니, 혼란의 상징이니 하는 말을 삼가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신 여찬은 부드러운 성품에 자애롭고 온화하시기 때문에 원체 화를 잘 내시지는 않으시지만, 화를 내시면 어마어마한 파장이 뒤따르게 된다. 그리고 내 앞에 분노하신 여찬께서 내 눈을 정면에서 지긋이 바라보는 위치에 서계셨다.

 "참으로 헛수고들을 하는구나. 등급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 지는 그대가 더 잘 알지 않나?"

 더 이상 신 여찬의 눈동자에는 자비심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철저히 적대자를 제압시켜 무릎을 꿇리고 패배를 시인하게 시키려는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아니, 등급신의 입장에서는 이정도로도 자비로울 정도겠지. 그는 이 마을을 파괴하되, 인간의 사살까지 하지 않았다. 주변에 쓰러져 있는 대원들도 그저 신 여찬에게 제압당해서, 그리고 너무나 몸이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그가 죽인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 신이 인간을 죽이려면 명부의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죽음의 신이 아닌 이상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대들로 인해, 마술사는 도망치고 또 다시 그들로 인해 목숨을 빼앗기겠지."

 하지만 나에겐 마술사도 사람이다. 그들이 사람의 목숨을 해한다면 그것은 인간들인 우리가 처벌해야할 일이지 신들이 나설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앞의 신을 막아선 것이다. 그정도만 해도 그 마술사에게는 시간 벌이 정도는 되었겠지.

 "20년 전, 제 국가를 구해준 것에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앞에서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실 요량이시라면 저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신 여찬은 그런 내게 코웃음을 치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겨우 6년 안 본 정도로 내 힘을 잊었을 리가 없을텐데, 꽤 자신만만하구나.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아까 그 마술사는 리이나가 처리할 것이다."

 나는 그만 헛웃음이 나왔다. 결국 우리들의 고생은 물거품이 되었고, 대원들은 저렇게 다쳤으며, 이 마을은 폐허가 되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신 여찬께 여쭈었다.

 "혼자 오신 것이 아니십니까?"

 "그래. 그러니 내 앞길을 막은 것은 이정도로 끝내겠다. 허나, 다시 내 앞을 가로막고 마술사들의 편에 선다면 그대들 또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야."

 신 여찬께서는 끝까지 덤덤한 목소리 톤으로 말씀하시고, 내게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별 일도 아니라는 양 돌아서 조용히 이 자리를 빠져 나가셨다.

 나는 실소를 토해냈다. 모든 일은 허사로 돌아가고 좋은 결과도 없이 대원들은 타박상을 입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내가 너무 수치스러웠다. 그래서 어처구니 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더 이상 나는 여찬님과 다시 웃으면서 지낼 수는 없겠지. 이것이 너무 후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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