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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펠 이명과 매미소리 - 맞거울질
깊펠| 조회 21| 추천 2| 08.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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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그대학"에 올렸던 소설. 근데 괴담류라 괴담게에 올려야되나..일단은 여기다 올림. 원래는 이게 1편임

2편 -

http://www.wetrend.co.kr/bbs/board.php?bo_table=Creative&wr_id=29984


여름이 오면 항상 이명이 들리던 어린시절의 때가 생각난다. 특히나 귓전을 때리는, 매미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들으면 문득 문득, 플래시백처럼 기억이 재생된다.
그런 그 여름날의 이야기. 그 여름을 다시 천천히 되짚어보려한다.


교실의 창문 너머로 있던 산에서 들려오던 매미소리. 가만히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평소 들리던 '톡 톡'하는 이명소리도 들리지 않았었다.
반에서 겉도는 아이, 성실하기는 한데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반친구 A쯤의 존재감이었던 나는 오늘도 쉬는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매미소리만 듣고 있던 참이었다.

"야."

수업시간내내 엎드려서 잠만자던 짝, B가 툭툭 날 친다. 초등학교때부터 알고지내던 사이로, 나와는 반대로 말수도 많고 반에서 유독 안좋은의미로도, 좋은의미로도 튀는 이른바 문제아같은 애였다. 이런애가 대체 왜 나랑 놀지?라는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을 정도였다.
대답은 않고 고개만 끄덕이니, 갑자기 눈앞으로 강렬한 빛이 들어와서 '악'소리를 내게 되버린다.
바로 들리는 B의 낄낄거리면서 웃는소리. 흔한 그 거울로 빛반사를 해서 맞추는 장난이다.

"아, 왜그러는데.."
"사람이 말을 하면 이쪽을 봐야지."
"왜불렀어?"
"너 오늘 학교끝나고 학원 안가지?"

잠시 입을 다물고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워낙 짓궂은 놈이라 엮이면 자주 귀찮은짓을 하거나 장난을 칠 뿐이라 그렇게까지 방과후에 같이 놀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뻥치시네! 화요일은 맨날 바로 집에가면서."
"너 '또' 이상한거 할거잖아."
"야, 여름이잖아! 딱하기 좋은시기라고."

셀프 담력시험. 나는 그렇게 부르고 있다.
B는 여름철만 되면 어디선가 괴담같은걸 들고 와서는 거기 등장하는 절대 하지말라는것들을 꼭 한다. 예를 들면.. 저 B의 집에서 잘때, 그녀석이 일부러 베개를 몇 번 밟아둔걸 내게 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위에 눌려서 힘들어했던적이 있었다. 그런걸 이녀석은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하는것이었다.

"재밌는걸 알아왔단 말이야. 이번엔 전처럼 막 악몽꾸고 그런건 없어! 진짜! 엠ㅊ..."
"그런거 안해도 돼. 아무튼..알았어. 대신 다음부터 거울로 빛좀 쏘지마."

제 엄지손가락에 혀를대고 새끼손가락을 이마를향해 대고 있는 B가 활짝 웃었다. 좀 기괴한 꼴이네.
그래도 약속같은건 잘지키는 놈이라 뭐든 조건을 걸면 꼭 지킨다. 그런점때문에 완전히 미워할 수 만도 없는 얄미운녀석.

"뭐할건데?"
"가보면 알아."

안알려준다는 소리다. 매번 셀프담력시험을 시작할때 무엇을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본의아니게 담력시험따위를 하고 있지만.. 나는 겁쟁이이기때문이다.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면 내가 도망칠테니 처음부터 뭘 할지조차도 말해주지 않는것이다.


그렇게 기다리지도 않던 방과후가 찾아왔다. 빼도박도 못하고 하굣길은 B와 함께하게 되었다. 애초에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학원가는것만아니면 항상 같이 가긴 하지만, 오늘은 그놈의 셀프담력시험을 하는 날이기에 차라리 도중에 누구든 만나서 슬쩍 빠져나오게 되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을 한다.

의외로 하교하는 도중 다른길로 샌다던지, 정류장을 한정거장 더 넘어서 간다던지 하는일은 없었다. 결국 B의 집안까지 왔다.
뭐야, 담력시험같은건 안하나? 나야 좋지만... 왠지 김이 샜다.

평소 B의 집에서 놀때 그대로 만화책이나 읽었다. 읽는내내 불안해서 힐끔힐끔 B를 곁눈질로 보면, 그는 전혀 신경도 안쓰는 얼굴로 만화책을 읽고있을뿐이었다.

저녁놀이 붉게 거실의 마루를 물들일 쯤이면, 슬슬 집에 돌아가야할 시간. B네 엄마가 주신 주스잔에 담긴 얼음을 빨대로 톡톡 건드리고 있었는데 불쑥, 그가 내 옆으로 고개를 들이 밀었다.

"야, A. 돌아갈때 바래다 줄게."
"...니가 왠일이냐?"
"꼽냐?"
"아니..마음대로해."

사실 나로써는 환영이었다. 겁쟁이인 나에게 이 아파트건물의 엘레베이터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꽤 낡은 아파트지만 고층이라면 고층이다보니 엘레베이터가 있긴한데 낡은 아파트만큼이나 낡아빠졌기때문에... 내려갈때마다 '웅'하는 거대한 소리를 낸다던지, 뭐라도 부딪히는건지 금속음이 들려와서 오싹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갑자기 멈추는것도 빈번히 일어나, 등교시간에 멈출때면 같이 탄 엄마들이 강제로 엘레베이터문을 열어젖혀야하는 사태도 발생해버리기도 했다.

마저 마시던 주스를 마시고, 현관문 밖으로 나와 B와 나란히 엘레베이터앞에 섰다.
'웅'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가 우리앞에 멈춰선다. 그리고 별말이 없던 B가 입을 열었다. 아, 불길한 징조다.

"맞거울질이라고 아냐?"
"....몰라."
"거울과 거울이 양쪽에있으면 무한하게 거울이 서로를 비춰서 그 사이에 있으면 여러개의 상이 비춰지잖아. 그걸 맞거울이라고 부르는것같더라. ..그리고 일본과 한국에는 맞거울과 관련된 괴담들이 있고."

B가 나와 엘레베이터에 탄채 닫힘버튼을 누른다. 나는 그야말로 오줌이 마려울정도로 무서웠다. 제발 차라리 새건물의 새 엘레베이터에서 그런소리를 해주길 바랬다. 하필이면 낡아빠져서 불안한 엘레베이터에서 괴담 꺼내지말라고..
나는 최대한 엘레베이터안의 거울을 보지 않기위해 붙어있는 층수 스위치와 손때묻은 비상벨버튼을 열심히 바라봤다.
뭔일이 일어나면 눌러버려야지.

"괴담이라는게 구전이라서 말을 전해주고 전해주다보니까 계속 내용이 바뀌잖아? 뭐... 저 맞거울에 비치는 '나'중에 13번째의 나랑 눈이 마주치면 죽는다던지, 44번째의 내가 튀어나와서 죽인다던지 하는 말이 있더라. 뭐, 너도 아는 괴담일것같지만."
"야, 씨...그만해...."
"그런데 내가 이번에 처음들은 괴담이 있거든."
"여기 엘레베이터는 거울 한개니까 그만해라..쫌.."

그랬다. 이 엘레베이터 안의 거울은 단 한 개. 들어오면 정면으로 보이는 거울 뿐이다. 그러니 맞거울질같은 괴담을 말해도, 그저 소름끼칠뿐이지 뭔가를 할 수 있지는 않은것이다. 속으로 조금 더 안도했다. 무섭기는 매한가지지만..

"맞거울질이 꼭 거울을 통해서만 하는게 아니야. 우리 눈동자에도 거울이 비쳐보이니까."

곧 5층을 지난다. 제발 빨리 1층이 되어서, 이 괴담이 멈추길 바랬다.
전등이 방금 깜빡인것같다. 내가 너무 무서워서 착각까지 하나?
귀안에서 '톡' '톡'거리는 이명이 한층 거세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거울안의 눈동자속에 또 눈동자가 있는거야. 수많은 눈동자가. 겹겹이 쌓인 시선이 자기자신을 보고 있는거야. 그리고 그 눈들을 보고 있다보면 사로잡힌다는거야."

어느새 B는 거울을 보고 있는채로 말하고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멈췄다.

1층이아니다.

'웅'하고 멈추는 소리가 너무 커 이명이 쿵쿵 울린다.
'쿵' '쿵' '쿵', 내 빠른심박소리에 맞춰 울려댄다.

3층과 4층의 사이. 분명 그렇다. 엘레베이터가 멈췄다. B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낡아빠진 전등이 위에서는 계속해서 깜빡인다.

"자기자신의 정신을 시선들이 좀먹는거야. 그리고, 그 맞거울질의 그 끝까지 시선을 따라가게 되어버려. 그러면,"
"B...! 좀, 그만해!!!"

거의 울지경으로 소리를 질렀다. 손으로는 비상벨버튼을 연타하면서.
하지만 비상벨옆에 달린 스피커에선 그저 라디오의 노이즈같은 잡음의 소리만이 들려온다.

귀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그 끝의 자신과 서있는자신을 구분할 수 없게 돼. 그 사이 바뀌는거야."

전등이 느리게 깜빡였다.

그가 침묵하는데 거울속의 그가 입을 우물거린다.

그는 정자세로 서있는데, 거울속의 그가 한쪽팔을 들어 주먹으로 거울을 두드린다.

이명과 쿵쿵거림이 겹친다. 그가 뭐라고 말하고 있다. 두드리는것이 빨라진다. 전등의 깜빡임도 빨라진다.
정신을 놓을것만 같았다. 이명에, 그 소리에,

거울속의 그도 내 바로 앞에 서있는 그도 나를 동시에 쳐다보는 그 모습에.

그리고 이명이 멈췄다. 전등의 깜빡임도 멈췄다. 비상벨의 스피커의 소리도. 그저 그의 웃는얼굴만 잔상처럼 남았다.
엘레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1층에서 멈췄다. B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내집 근처까지 배웅해주고 손까지 흔들어줬다.

"내일봐~."
"......"

벙쪄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한여름에 뜬금없이 꿈이라도 꾼 기분이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만난 B는 평소랑 다를게 없었다.

나는 그 이후로 엘레베이터는 잘 못타게되었다. 거울을 보는것도. 하지만 여전히 B와는 어울려 놀았다.

놀았었다.


과거형이 되는것은 그 나중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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