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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5편
낮에나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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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0 추천 2 04/06 23:17

먼저 식사를 마친 은철은 은희가 다 먹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가끔 은희를 쳐다보기도 했지만 이내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은희가 식사를 마치자 식기와 그릇을 정리한 은철이 반납 대에 두고 돌아왔고 

그런 은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은희가 입을 열었다.


"잘 먹었어요 뭐라도 마셔요 제가 살게요"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 은희는 망설임 없이 아메리카노를 골랐고 

메뉴판을 보며 천천히 생각하던 은철은 오렌지 에이드를 골랐다.


"커피는 안 좋아하세요?"


"싫어하지는 않는데 잘 안 마시게 되더라고요

망설임 없이 고르는 거 보니 은희씨는 커피를 좋아하시나 봐요?"


"없이는 못 살죠"


미소를 지은 둘은 어느새 나온 음료를 받아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


뒤에서 음료를 기다리던 남자가 급하게 커피를 받고 달려나가다 은희와 부딪쳤다. 

중심을 잃은 은희는 앞으로 넘어질 뻔했고 은철이 황급히 은희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은희의 몸이 은철 쪽으로 휙 돌며 둘은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고 

잠시 후에야 마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얼굴이 빨개진 은희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은철 역시 고개를 돌린 채 자신을 추스르다 뒤늦게야 

손목을 잡고 있단 걸 깨닫고는 사뿐히 놓았다.


"어디 다치거나 쏟진 않았어요?" 


다행히 평평한 뚜껑으로 덮여 있는 아메리카노가 

넘치지 않은 걸 확인한 은희가 대답했다.


"괜찮은거 같아요 커피도 안흘렸고요"


자신을 보지도 않은 채 대답하는 은희를 보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돌리고 싶었던 은철이 헛기침을 했다.


"흠흠...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죠? 기다려봐요. 가서 사과라도 받아야겠어요"


가버린 남자를 쳐다보며 당장에라도 달려나갈 거 같던 은철을 

은희가 살포시 잡았다.


"전 괜찮아요."


은희의 얼굴을 본 은철은 괜시리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늘따라 시리도록 푸른 게 그냥 이곳에 머무르고 싶었다.


반대로 고개를 숙여 땅을 보고 있던 은희 역시 왠지 발걸음을 떼기가 싫어져 

머뭇거렸다. 이제 공항에 다와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여기서 떠나기가 싫었다.


괜히 휴게소를 방황하던 둘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차에 올라탔다.

아메리카노를 컵 받침에 꽂아놓은 은희가 안전벨트를 매는 거까지 확인한 

은철은 그제야 차를 출발시켰다.


자꾸 얼굴이 화끈거렸고 신이 난 어린애처럼 가슴이 진정 되질 않았지만 

한편으론 이 시간이 곧 끝나간다는 슬픔이 은철의 얼굴에 드러났다.


그런 모습을 은희에게 들키기 싫었던 은철은 억지로 여유 있는 자세를 취해

핸들을 한 손으로 잡고 나머지 손은 자유롭게 놔두었다.




창밖을 보고있던 은희는 컵 받침에 있는 아메리카노로 

손을 가져가다 문득 중간에 놓여 있는 은철의 손을 발견했다. 


물끄러미 그 손을 계속 바라보던 은희는 

처음 걸음마하는 아기처럼 손을 꼼지락 움직여

은철의 손에 다가갔다. 


한 뼘의 길이가 애타는 마음과는 다르게 아주 조금 줄어들었다.


"남자친구가 처음 연애예요?"


처음 사랑하는 연인처럼 어색하게 꼼지락 움직인 

은희의 손이 두 손의 거리를 조금 줄였다.


"네"


"그럼 누굴 사랑해 본 적은 있어요?"


풋풋한 연인의 스킨쉽처럼 다시 은희의 손이 꼼지락 움직였다.


"네..."


부끄러워진 은희가 고개를 돌렸고 다가가던 손도 그제서야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은철씨는 전 여자친구가 첫 연애예요?"


고백하려는 남자의 용기처럼 두 손의 거리를 줄이며 은희가 물었다.


"네 그래서 그렇게 집착했나 봐요"


"그럼 전 여자친구 말고 누구를 사랑해 본 적은 있어요?"


간절한 짝사랑처럼 은희의 손이 은철의 손에 다가갔다.

이제 한마디만 더 다가가면 맞닿을 곳에서 

손을 멈춘 은희는 조심스레 새끼손가락만 뻗었다.


"네..."


은철의 대답을 끝으로 둘의 새끼손가락이 맞닿았다.

운전에 집중하느라 신경 쓰지 못하고 있던 은철은 

놀란 마음에 시간이 멈춘 거처럼 굳어졌다.


"아..."


손가락은 여전히 붙인 채로 은희는 창밖으로 급히 시선을 돌렸고 

은철은 맞닿아있는 은희의 손가락을 보다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은 분명 밖의 풍경이었지만 둘의 관심은 손가락에만 쏠려 있었다.

벅찬 가슴에는 보관해두기 힘들었던 은철의 본심이 먼저 튀어나왔다.


"이대로... 있고 싶네요"


"저도요..."


은희는 은철이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랐다.

평생 이끌려 살았기에 은철이 자신의 손을 잡고 끌어준다면 용기를 내

지금 가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았다.

애타는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하던 은희가 입을 열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은철 역시 은희가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랐다.

평생 강박증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규율을 지켜오던 은철은 

은희의 말 한마디면 지금 자신의 모든 틀을 깨버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나 그 말을 내뱉을 만큼 은철의 용기가 크지 않았다.


"그러게요. 저는 어떡하죠"


서로 잡아주길 바랐지만 잡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가까워진 시간이 허무해질 만큼 은희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떼었다.


"그렇게 바보 같으니까 차이는 거예요"


야속함이 담긴 은희의 목소리에 은철이 쓸쓸히 답했다.


"은희씨야 말로 그렇게 소신이 없으니까 떠밀리는 거예요"


야속함은 곧 서운함이 되었다.


"말 다했어요? 그쪽이랑 사귀면 힘들기나 할 게 뻔해요 눈치 없는 사람 같으니"


그리고 그것은 은철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 걱정 마요 우리는..."


은철은 후회와 함께 입을 다물었다. 

어색한 공기만이 차 안을 맴돌았고 둘은 시선은 창밖으로만 향해있었다.

시간에 쌓여가는 침묵처럼 쌓여가는 후회에 무너진 은철이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은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에요 제가 말이 심했어요"


둘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이 답답해서...



어느새 공항에 도착하자 은희가 내렸고 은철도 따라 내렸다.

묵묵히 캐리어를 꺼내 은희에게 건네며 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은희의 그렁그렁한 눈에 은철의 눈도 물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독신주의자예요 그리고 나는 한 번도 내 자신과 타협한 적이 없죠

그런 강박증 같은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근데 이번 한 번만큼은 정말... 내 자신을 포기하고 싶네요"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거 같은 울음을 꾹 누른 은희가 울먹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항상 떠밀려서 살아왔어요 언젠가 한번 내 의지로 멈췄다 생각했는데

단지 방향만 바뀌어서 떠밀린 거 뿐이었죠. 근데 지금은 진짜 멈추고 싶어요

누군자 잡아주기만 한다면요..."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며 은철이 입을 열었다.


"다시 사랑하기 힘들겠죠"


그렁그렁한 눈으로 하늘을 쳐다본 은희가 대답했다.


"그저 떠밀린 채 살아가야겠죠"


둘의 손은 조금도 가까워질 줄 모른 채 제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더 이상 보기가 힘들어진 은희가 먼저 공항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공항에 들어가며 은희는 편의점에 들려 목캔디를 하나 집어 들었다.

뭔가 울먹거리는 게 목에 걸린 느낌이었다.



은희의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던 은철은 가까운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르지만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었다.

목에 꽉 막힌 무언가를 넘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움켜쥐어 가까운 쓰레기통에 버린 은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담배는 필요없었다. 대신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게 될거 같았다.


그렇게 화려하게 피어오른 불꽃은 어디에도 옮겨붙지 못한 채

하늘에서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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