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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커뮤니티를 향하여! -1화-
사마예
블라인드 쪽지보내기 게시물검색
조회 96 추천 8 03/10 17:39



커뮤니티에 과몰입하다 커뮤니티 속으로 들어와 버린 것 같다.


...


세 시간 전,

나는 여느 때처럼 여러 커뮤니티를 전전하며 눈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올라오는 글이 하나같이 재탕에 노잼이길래,

나는 신선한 자극을 얻기 위해 새로운 커뮤니티를 물색하였다.


한참을 구글링 하니,

검색결과 맨 끝자락에서 굉장히 독특한 사이트를 하나 발견했다.

어떠한 도메인도 없이 이름이 그냥 'community'인 희안한 사이트.


딥웹인가? 생각할 정도로 수상스럽기 그지 없었지만,

막상 들어가 둘러보면 공지사항도 있고 자료, 잡담 게시판도 있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커뮤니티였다.


'인간'과 '사회'에 관한 키워드의 글이 많이 올라오는 걸 보아

취향이 유별난 문과들이 모여있는 사이트 같았고

동접자수도 수천명에 이르는 꽤 규모가 있는 커뮤니티였다.


나같은 커뮤 지박령이 어떻게 여태 이런 커뮤니티를 몰랐을까 싶을 정도.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유저는 모두 존대말을 쓰는데 운영자는 유저에게 반말을 한다는 점?


또, 사이트 규모가 꽤 있음에도 운영자와 유저끼리 친목질은 엄청 한다는 점!


---

@ [제목] 오늘도 운영자님이랑 만났어요~

@ [내용]

   전이랑 같은 멤버로요.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 내일도 같은 장소에서 또 만나요~

   영자님 알라뷰~~^^

@ [댓글]

   1. 운영자: 어 그래 ㅅㄱ

   0. 작성자: 사랑해요~~

   2. ㅇㅇㅇ: 영자님 사랑해요~~*^^* 다음에 뵈어요!

---


어느 게시판을 가던 이런 식의 친목글로 가득했다.

그러니 운영자를 모르는 나로썬 강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지만,

커뮤인생 20년차로써 이런 부조리한 운영은 두고 볼 수 없었다.


이건 잘 형성된 커뮤니티를 망치는 지름길이자, 커뮤니티에 대한 모욕이다!


---

@ [제목] 오늘 처음 왔는데 운영자와 유저간 친목이 너무 심한 것 같네요...

@ [내용]

   뉴비인 제가 이 커뮤니티의 역사는 잘 알지 못하지만,

   보아하니 시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 같은데,

   이렇게 목적이 뚜렷한 사이트에서 대놓고 친목을 하는 건 좀...


   운영자님께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법을 잘 모르시는 듯 합니다.


   커뮤니티 경력 20년의 제가 감히 조언드리건데,

   이런 친목은 뉴비에겐 ㅈ목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상황이 유지된다면 이 커뮤니티로의 유입은 힘들 것입니다.


   저도 잠깐 관심이 생겨 들렸다가 다시 짐 싸들고 떠납니다.

   모쪼록 사이트가 번성하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3줄요약

   1. 사이트 친목이 심하다.

   2. 이러면 뉴비 유입이 안된다.

   3. 친목을 자제해라!

---


정중한 말투의 정직한 조언.


이만하면 커뮤인의 의무를 다했다.

이제 이 커뮤니티의 앞날은 내 알 바가 아니지.


그렇게 흡족함과 함께 회원탈퇴를 하려던 찰나...


운영자의 댓글이 달렸다.


---

@ [댓글]

   1. 운영자: ㅋㅋ내가 커뮤니티를 모른다고? 살다살다 별 헛소리를 다 듣네.

---


명백한 도발.

훗, 하지만 커뮤 경력 20년의 나는 인터넷 싸움은 칼로 물 베기임을 잘 안다.

나는 무시하고 회원 탈퇴만 하면 될 일이다...


---

   0. 작성자: 제가 뭐 틀린 말이라도? 그리고 왜 반말하시나요?


   1. 운영자: 어중이떠중이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같잖아서 그런다.


   0. 작성자: 커뮤니티 20년 경력의 조언입니다. 함부로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1. 운영자: 20년 동안 커뮤질한 게 뭐가 자랑이라고 경력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내 안의 무언가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

   0. 작성자: 넌 운영도 ㅈ같이 하면서 유저한테 시비거는게 취미냐?


   1. 운영자: 내 사이트 내가 내 ㅈ대로 운영하겠다는 데 네가 뭔 상관?


   2. ㅇㅇㅇ: ㄹㅇㅋㅋ 꼬우면 탈퇴해


   3. ㅁㅁㅁ: 부른 적도 없는데 와놓고는 충신인 척하는 거 역겹고

---


이제는 조리돌림까지?

존재해서는 안되는 사이트로구나...


---

   0. 작성자: 여기는 커뮤니티는 ㅈ도 모르는 운영자 때문에 자멸할 것 같네.


   1. 운영자: 응 나보다 커뮤 잘 아는 인간은 없어~


   0. 작성자: 네가 뭔데 커뮤니티를 잘 안다고 자부하냐?


   1. 운영자: 응 난 커뮤니티의 신이야~

---


완전히 미친놈이 분명했다.

내 인생 철칙 하나. 미친 놈과는 싸우지 말라!


여기서 그만뒀어야 했다.

하지만 한 번 빼든 키보드를 덮기는 쉽지 않았다.


---

   0. 작성자: 커뮤니티 하나 운영하는 주제에 지가 신이라 생각하는 거임?


   1. 운영자: 너는 몰라도 난 수없이 많은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있지.


   0. 작성자: 그래? 그러다보니 막 자기가 신이라는 망상도 들고 그런건가?


   1. 운영자: 내가 신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걸?


   0. 작성자: 커뮤니티 많이 안다고 신 취급하는 거면 나는 신 of 신이다.


   1. 운영자: 신의 힘을 보여줘야만 믿겠다는 거지? 내가 신이라는 것을.

---


아니면 이쯤에서 그만뒀어야 했다.


---

   2. ㅇㅇㅇ: 님, 영자님 정말 화나신 듯... 이제 그만해.


   3. ㅁㅁㅁ: 그냥 탈퇴하고 나가 임마!


   4. ㅅㅅㅅ: 그만 싸우고 ㅅㅅ해~

---


운명은 내게 충분히 경고를 해주었다.


인터넷에서는, 내뱉는 말의 무게에 비해 엔터키는 한없이 가볍다.


이번에도 나는,

빛을 좇는 불나방 마냥,

기어코 엔터키를 누르고 말았다.


개 깝죽거리며.


---

   0. 작성자: 허접~♡ 그럼 보여줘봐. 신의 힘이란 거♡


   1. 운영자: ㅇㅋ

---


새 댓글을 확인한 직후, 나는 의자에서 와당탕 넘어졌다.


잠깐 화장실이나 갔다오려고 몸을 일으켰는데,

순간적으로 온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 상태로 나는 한동안 발가락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나는 일순간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였다.


'이게 뭐야?

하루종일 컴퓨터만 하니 근육이 놀란 거야?

아니면 정말 뭔가 잘못 얻어 걸린 건가?'


그때 무언가 나를 들어올리는 힘을 느꼈다.

마치 거대한 폭풍 속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차차 시야가 흐릿해지고

손발의 감각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설마 정말 여기서 죽어버리는 건가?

설마?

설마???'


음습하는 강렬한 공포감과 함께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촤아~~)


거센 파도소리가 들린다.


(찌르르 짹짹!)


이국적인 새소리도 들린다.


(부스럭 부스럭)


이제 몸을 가눌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모래같다.


고개를 퍼뜩 들어올렸다.

나는 새하얀 모래사장 위에 쓰러져있었다.

앞에는 푸르른 야자수 숲이 바닷바람에 넘실대고,

뒤로는 새파란 바다가 수평선 너머까지 출렁이고 있었다.


'여기는 천국인가...?'


"내가 널 천국에 보낼 거라 생각했나? 건방진 것!"


하늘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여기가 어디란 말입니까?!"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존댓말에 경어체가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여기는 커뮤니티 세상이다! 너는 비트로만 바라보던 바로 그 곳!"


그제사 일전에 있던 소란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목소리는 분명 아까 나와 합을 겨루던 그 또라이 운영자...!


꿈인지 생시인지는 몰라도,

일단 이 자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계산이 머릿속에서 성립되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키보드를 함부로 휘두르지 않겠습니다.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야단법석 떨지마라, 이놈아!

넌 커뮤니티의 신인 나를 능멸하고 모욕했다!

신을 욕 보이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네, 벌을 받겠습니다! 달게 벌을 받고 말고요!

제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게만 해주세요~!"


나는 백사장 위에 무릎을 꿇고 하늘 어딘가를 향해 싹싹 빌었다.


"아무리 인터넷에서 만난 내가 만만하고 가벼워 보여도 그렇지.

그렇게 쉽게 반말을 띡띡 뱉어서야 쓰겠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여도 이놈아!"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

...라고 어렴풋이 생각은 했으나,

이 자가 생각을 읽는다는 걸 안 이상 생각조차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바닥에 엎드려 손을 싹싹 빌 수밖에 없었다.


"넌 네가 지은 죄에 응당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분명히 네가 말했지. 네가 나보다 커뮤니티를 잘 안다고! 맞지?"


"아닙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제가 커뮤를 좀 하긴 했지만, 신님만큼은 아닙니다!"


"야 임마! 맞아, 아니야! 예스, 노만 답하라고!

이미 밖으로 꺼낸 말을 댓글 삭제하듯이 지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

이런 버르장머리없는 놈~!"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이쯤되니 진심으로 두렵고 서글퍼서 눈물 콧물이 폭포수마냥 쏟아졌다.

평범한 백수의 하루였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어쨌든! 넌 분명히 나보다 커뮤니티를 잘 안다고 말했어.

그렇다면 네가 얼마나 커뮤니티를 잘 아는지 내 시험을 해보겠어.

이 시험을 통과하면 너를 원래 세상으로 돌려 보내주마!"


"네, 네! 어떤 문제든 내주십시오! 뭐든 자신 있습니다!"


시험이라면 커뮤니티 역사 문제 같은 건가?

그런거라면 코찔찔이 시절부터

싸이월드, 웃긴대학, 디시인사이드를 들락날락했던 나는 자신 있다!


아니면 인터넷 관련된 지식? 그것도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자신 있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겠느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적한 모래밭에 울창한 숲, 고요한 바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그냥 평범한 섬 아닙니까?"


"여기는 '위트랜드'라는 커뮤니티다!

최근에 웃대 대피소에서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했지!"


위트랜드?


그래, 위트랜드!

최근에 웃대에서 있었던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유저가 대거 이탈하자

웃대의 한 네임드 유저가 새로 만든 커뮤니티로 알고 있다!


"네, 네! 위트랜드! 알고 있습니다! 시험이 무엇이옵니까?"


"이 위트랜드를 세계 최고의 커뮤니티로 만들어 보아라!"


...네?


"네가 정말 커뮤니티를 잘 안다면,

이런 보잘것없는 커뮤니티도 세계 제일가는 규모로 만들 수 있을 터!

어디 한번 네 잘난 능력을 가지고 이 커뮤니티를 세계 제일로 만들어 보아라!"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오직 시원한 바닷바람만이 등 뒤로 스칠 뿐이었다.


8
신고
【섹서】
과연 주인공은 신클라인을 이길수있을것인가
RE 1
03/10 18:22
사마예
spo하지마!
RE 0
03/10 18:23
ㅣ매생이ㅣ
허~접♡
RE 1
03/10 18:26
사마예
메스가키♡
RE 0
03/10 18:42
블레임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마예
읽어준 것만으로도 very thank you~~!!
RE 0
03/10 20:47
댓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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